진휘아 · 3화
지하에 잠든 고대의 박동
무너진 옥좌와 공유된 파멸

황룡전 지하, 대륙의 심장이라 불리는 봉인실은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수천 년간 제국을 하늘에 띄워왔던 고대의 마력석들이 불협화음을 내며 파열했다. 진휘아의 핏빛 치파오 자락이 폭주하는 마력의 역풍에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그녀의 눈앞에서 시종의 몸에 새겨진 정체불명의 문양이 붉게 달아오르며, 봉인석의 파편과 공명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진휘아는 이를 악물며 시종의 어깨를 낚아채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이 닿기도 전에, 시종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파동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굉음과 함께 봉인실의 바닥이 거대한 거미줄처럼 갈라졌고, 무린 제국의 공중 부양 장치가 비명 같은 금속음을 내며 멈춰 섰다.
대륙 전체가 찰나의 순간, 수 미터 아래로 급격히 가라앉았다. 발밑의 지반이 요동치는 감각에 진휘아의 오만한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제국의 근간이, 자신의 절대적인 지배권이 붕괴하고 있었다.
"황제여, 제국의 추락을 보십시오." 시종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가득했으나, 그 눈빛만은 기이할 정도로 차분했다. 진휘아는 당장이라도 그를 처단하여 봉인을 강제로 닫고 싶었다. 그것이 제국의 법도이자, 황제로서 마땅히 내려야 할 결단이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황금빛 살기가 일렁였다. 하지만 시종의 몸에 새겨진 문양이 그녀의 혈통과 기묘하게 뒤섞이는 순간, 진휘아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를 죽이는 것은 곧 제국의 심장을 스스로 찌르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네 목숨으로 제국을 살릴 수 있다면, 그건 하등한 너에게 과분한 영광일 테지." 진휘아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시종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그녀는 자신의 황제 혈통을 담은 마력을 그의 신체에 강제로 주입했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마력의 동조. 두 사람의 혈관을 타고 황금빛과 핏빛 마력이 하나로 융합되었다.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던 마지막 마력원마저 그에게 쏟아붓는, 파멸적인 선택이었다.
마력의 소용돌이가 잦아들자, 지하 봉인실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제국을 떠받치던 고대의 마력원들은 재가 되어 흩어졌고, 제국은 이제 완전히 지상의 중력 아래 놓였다. 진휘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릎을 꿇은 시종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오만하게 군림하던 여황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녀의 손끝은 시종의 뺨에 닿아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전에 없던 끈적하고도 서늘한 신뢰가 감돌았다. 그것은 황제와 시종의 관계를 넘어선, 파멸을 공유한 동반자의 연대였다. 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봉인이 사라진 자리에, 텅 빈 허공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부터 인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기괴하고도 압도적인 형태의 존재가 서서히 형체를 드러냈다. 진휘아의 등줄기에 서늘한 전율이 흘렀다. 봉인은 닫힌 것이 아니라, 그저 빗장이 풀린 것에 불과했다.
"드디어, 나를 부르는 자가 나타났군." 존재의 목소리는 공간의 울림이 아닌, 진휘아의 뇌리에 직접적으로 박혀들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시종을 자신의 뒤로 숨기며 핏빛 치파오의 자락을 휘둘렀다. 그 행위는 황제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장난감'을 낯선 침입자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강렬한 소유욕의 발현이었다. 제국의 추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공중 궁전의 기둥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렸고, 바닥을 울리는 진동은 점점 더 거세졌다. 진휘아는 시종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마력 동조로 인해 두 사람의 맥박은 이제 하나로 동기화되어 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앞을 가로막은 존재를 노려보았다.
제국이 멸망하더라도, 최소한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손에 쥔 존재를 놓치지 않겠다는 광기 어린 결의가 그녀의 눈동자에 서려 있었다. 시종은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은 채, 황제의 곁에서 함께 파멸의 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비록 제국은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으나, 진휘아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오만한 지배자에서, 이제는 제국이라는 거대한 무대를 포기하고 한 사람의 소유를 선택한 비극적인 여왕으로. 그녀의 핏빛 치파오가 다시 한번 마력의 잔영 속에 휘날리며,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대륙의 하강은 멈추지 않았고, 이제 황룡전은 제국을 지키는 성소가 아니라, 고대의 재앙과 마주하는 최후의 전장이 되었다. 그녀는 시종의 손을 쥔 채, 옥좌가 아닌 파멸의 심연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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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휘아과 방금 읽은 장면의 여운을 이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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